당신의 추억을
담아드립니다.
달팽이 흑백사진관

16번째 이야기 / 2021.03.23

처음으로 사진을 접하던 추억의 그날, 카메라의 찰칵 소리에 이끌렸다. 그 뒤로 필름 카메라를 시작해 디지털카메라까지 순간을 찍고 순간을 기록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전에 비해 최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길 원한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각자의 스타일로 남기곤 하는데, 과거에는 사진으로 인화했다면 요즘은 그게 고스란히 SNS 업로드로 바뀐 모양새다. 그리고 흑백사진은 과거에도, 그리고 SNS 상에서도 감성을 한껏 담은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집 안 장롱 속 잠들어 있는 오래되고 낡은 카메라가 있다면, 잊혀간 과거의 추억거리를 다시 꺼내고 싶다면, 천안역 근처 달팽이 흑백사진관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분명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 속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으로 촬영하고,
필름 복원을 하는 달팽이 사진관.

어떻게 '달팽이 흑백사진관'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냐는 질문에, 필름 한 롤을 보여주시면서 달팽이처럼 생기지 않았냐는 이야기와 함께 '달팽이 흑백사진관'은 달팽이처럼 천천히 간다, 달팽이처럼 필름을 말고 있다는 뜻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하셨다. 2016년 오픈한 달팽이 흑백사진관은 천안 원도심에서는 20년 넘게 운영한 베테랑 사진작가 대표님이 운영하고 있는 흑백사진관이다.

총천연색 사진, 디지털 사진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흑백 아날로그 사진관을 운영하는 계기가 궁금했다. 원래 대표님은 디지털 사진을 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해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작은 암실을 만들어볼까 했던 게 흑백 사진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나만의 암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좋아서 시작한 흑백사진관은 스트레스도 덜 받고,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과거 디지털 사진작업을 할 당시에는 개인전을 열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흑백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되려 개인전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의 사진'을 한다는 개념이 자리하게 됐고, 결국에는 나의 사진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을 얻고 개인전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흑백사진을 좋아해서요..."
- 흑백사진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왜 흑백사진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정말이지 단순하면서 명료한 답이었다. 암실에서 느낄 수 있는 흑백사진 인화 작업에 대해 설명하며 대표님이 말하는 '흑백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흑백사진은 색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빛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한다. 순수한 빛의 성질이 잘 나타내는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사진의 구조만큼 인화 또한 개인이 노력여하에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데, 인화작업을 위해 암실에 들어가 빨간 등 아래서 보이는 흑백사진의 떠오르는 상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흑백 인화작업은 사진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직접 해봤을 정도로 기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작업 또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른 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작업'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인화된 사진 또한 단순해 보이지만, 촬영자의 내공에 따라 전혀 다른 깊이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흑백이라는 좋은 표현을 활용한다고 해서 모두다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잘 찍은 흑백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일은 정성과 애정을 들여야 하는 일이고, 여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흑백 인화에 대한 주의사항도 들을 수 있었다. 암실에서 사용하는 약품은 굉장히 독성이 강한 약품으로 취급을 잘 해야 한다며, 인화가 끝난 후 사용한 약품은 꼼꼼한 폐수처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달팽이 사진관은
'느리게 담는 추억'

할아버지가 쓰던 카메라를 가져왔던 소녀 이야기부터 엄청 오래된 카메라를 가져와 필름을 현상해보니 사진 속 유모차 탄 아이가 바로 저예요 라는 손님의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디지털 사진은 그냥 '예쁘다'라는 감정을 준다면 종이 사진이나 흑백사진이 전해오는 감동은 더 크다며 손님들에게도 사진을 찍으면 디지털로 찍었어도 사진으로 인화해보시는 걸 추천한다고 한다.

분명 지금은 귀찮은 일이기도 하지만 이후에는 종이로 남은 사진을 다시 한번 더 꺼내보고 들쳐보게 되는 힘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덕분에 원래는 암실만 운영할 계획이였지만, 현재는 사진 복원 흑백사진까지 하는 달팽이 흑백사진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사진에 대한 생각에도 뒤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 됐다. 분명 여기는 달팽이 흑백사진관이지만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는 추억과 그리움이 주는 옛것들에 대한 힘에 대해 만나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점점 수요는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이고 누군가에게 작은 감동과 힘을 전할 수 있다는 거에 많은 보람을 느끼는 분이셨다. 자연스러움 그대로 내가 몰랐던 나만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간직해보고 싶다면 부모님 또는 연인 그리고 친구들 또는 혼자라도 자신을 마주하고 만나볼 수 있는 곳 달팽이 사진관을 만나보길 바란다. 다양한 사진과 소식은 달팽이 흑백사진관 인스타그램(@hwang_jae_c)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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