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형 한식 전문점
들꽃향기

42번째 이야기 / 2021.05.20

천안원도심의 점심시간. 코로나로 인해 불황이라고 하지만 들꽃향기에는 빈자리가 없다.

한번 찾아온 손님은 이내 단골이 되고야마는데,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손님 한 사람 한 사람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는 대표님의 정성과 미소에 천안 원도심 사람들은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백반이면 백반, 탕이면 탕, 맛깔나는 한상차림을 마련하는 이안복 대표님은 삼성 에버랜드와 신세계 같은 대기업에서 자산관리,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하던 전문직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가 고향 천안으로 내려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정성과 노력으로 차린 밥상

2009년에 마지막 직장인 충남 인적자원개발원을 퇴직하고 ‘이제는 내 가게를 열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창업지원사업에 참가했다. 직장인 시절부터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으리란 예상과는 다르게 들꽃향기를 개업한 2009년 이전에는 직접 밥을 해 먹은 적이 잘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대표님은 반문했다.

들꽃향기

익숙치 않던 요리를 시작하면서 손님들에게 맛있게 잘 대접하기 위해 직장인 시절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밑반찬 하나에도 정성을 담기 위해 완성품을 사와서 팔지 않는다. 요즘도 직접 시장에 가서 반찬 재료를 눈으로 보고 제일 좋은 걸로 골라서 가져와 만들기 때문에 그날그날 구성이 달라진다. 가끔 단골손님이 특정요리가 넌지시 얘기해 두면 기억해 두었다가 단골손님의 취향을 고려하여 며칠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한다고 하니 센스도 만점인 대표님이셨다.

단골손님이 말하는 단골인 이유


백반은 집에서 늘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그것도 별미다. 일주일에 한번은 들꽃향기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직장인 손씨는 “제철 나물부터 조림까지 집에서 차려먹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드는데, 들꽃향기 밥상은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같고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중년 단골인 김모씨는 “특별한 요리도 좋지만 나이가 드니 소화가 안 될 때가 많은데 들꽃향기 사장님이 차려주는 밥은 속이 편해서 온다.”며 단골인 이유를 설명했다.

들꽃향기

특히, 한방 대추차는 오랜 단골손님들이 찾는 메뉴 중 하나이다. 작약, 천궁, 감초 같은 한약 재료를 고아 만든 육수에 대추를 3일간 푹 삶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하면 대추 속살이 부드럽게 쏙 빠지고 죽같이 부드러운 대추차가 완성된다. 지금의 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며 이제야 조금 비법을 터득한 것 같다며 겸손해 하셨다.

들꽃향기

들꽃향기만의 성공전략

사실 들꽃향기를 창업하던 시기의 주변 식당은 대부분 1층이고, 분위기도 좌식이든 입식이든 반듯한 식탁과 딱딱한 의자를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안복 대표님은 카페 자리였던 2층 매장을 인테리어도 많이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한식집을 차렸다. 식당이 2층인데다가 카페 분위기라니 2009년 당시에는 ‘장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들꽃향기에 처음 오는 손님들은 백반을 먹으러 왔는데 분위기는 카페 같아서 낯설게 느끼기도 하지만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먹으니 색다르고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고 하니 어찌보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일 수도 있다.

들꽃향기

그리고 당시에는 직장인 손님이 몰리는 점심에는 백반을 팔았고 점심 손님이 끝나는 3시에 문을 닫고 장을 보러갔다. 저녁에는 예약 손님을 위한 요리를 판매해서 매출을 올렸고, 특별 예약이 없으면 공휴일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문을 열어놔야 손님이 한명이라도 더 방문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안복 대표님은 직장인 시절부터 종로와 광화문 등 사무실이 많은 도심에서 카페와 식사를 같이 제공하는 수많은 매장을 봤고, 매장 사장님들의 자산관리 상담까지 진행했던 경험이 풍부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다르게 차별화를 두었고, 직장인을 겨냥한 판매전략은 성공했다. 2013년경에는 주변 관공서와 직장인 손님들이 많이 와서 3교대로 근무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었다.

들꽃향기

재료소진으로 SOLD OUT

유명 맛 집 앞에 붙어있던 안내가 들꽃향기에도 있었다. 요즘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었고 저녁식사나 모임 예약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날 판매할 분량의 반찬만 만들고 반찬이 떨어지면 장사를 종료한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창업 할 때의 초심을 지금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돈 벌려고 하지 말고
사람과 만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
들꽃향기 이안복 대표

젊은 시절을 대기업에 근무하며 능력 있는 여자로 대접 받으면서 중년까지 살아보았으니, 이제는 평범하고 소박하게 봉사하며 살자는 이안복 대표님의 생각이 곧 장사 철학이 되었다.

들꽃향기라는 이름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자는 의미로 장미나 백합같은 화려한 이름이 아닌 들꽃으로 지었다고 한다. 들꽃이 만발한 고향 마을같이 편안하고 정다운 한 끼 식사! 천안청년몰 맞은 편 2층의 들꽃향기에서 맛볼 수 있다.

단체석/ 요리예약 041- 56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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